경북, 카페, 대구, 병원, 맛집
OFF
[책] 우리는 귤멍멍이 유기견 아이돌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등록일 2023-07-06 14:53:44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구낙현·김윤영 지음/ 동그람이 펴냄

 

 

경북 경산시 용성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강아지들이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을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장) 보온 매트 위에 올라가 있다. 매일신문DB

경북 경산시 용성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강아지들이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을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장) 보온 매트 위에 올라가 있다. 매일신문DB

구낙현·김윤영 지음/동그람이 펴냄

구낙현·김윤영 지음/동그람이 펴냄

 

1년 전쯤 일이다. 대구에서 출발해 경산 자인면까지 가는 취재일정이었다. 면 소재지를 지나 한적한 시골마을로 들어서도 좀처럼 취재 장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한참을 마을 깊숙이 들어가니 내비게이션에서 대뜸 산속으로 우회전하라고 한다. 이 길이 맞을까…. 곧 끊어질 것 같은 포장도로를 몇 분 달리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멘트가 나온다. 단독주택 한 채와 뒤에는 농장 몇 동이 서 있다.

 

인기척을 찾고자 그곳에 들어서니 개들이 사방에서 짖는다. 주택 옆에 묶인 진돗개들부터 농장 내 케이지 안에 들어선 수 십 마리의 개가 기자를 향해 소리친다. 경계인 건지 반갑다는 건지 알 수 없는 기자는 속이 탔다. 이 많은 개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이곳은 경산 유기동물 보호소다.

 

관리인을 따라 또 다른 농장을 들어서니, 이번은 새끼 강아지 천국이다. 고음의 앙칼진 울음이다. 앙-앙. 그곳에 들어서니 케이지에 누워있던 개들은 일제히 철창에 바싹 붙는다. 꼬리는 살랑살랑. 그저 사람이 반가운 걸까, 자신을 버린 주인이 왔다는 생각에서일까, 혹은 나 좀 데려가달라는 것일까. 그 새끼들 뒤로 아직 젖도 못 뗀 작은 강아지를 보호하는 어미 개도 눈에 띄었다. 기억한다. 사람이 들어오자 두려움에 찬 어미개의 눈빛을. 우린 그저 지켜보는 것밖에 없었지만 어미개의 동공은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구조한다. 반대하는 주민을 피해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유기동물 보호소. 하루에도 수시로 발견돼 이곳으로 들어오는 유기 동물들. 이들은 대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 걸까.

 

슬슬 여름휴가철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떠날 여름휴가 계획을 세울 반려동물 가정도 여럿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름 휴가철은 유기동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실·유기동물 가운데 20%가 휴가철인 7, 8월에 발생한다. 대구에서도 매년 4천~5천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유기돼 거리를 떠도는 반려동물은 대개 신고를 받고 지자체의 유기동물보호소로 들어온다. 혹시 주인이 잃어버린 건 아닌지 보호소는 7일 이상 동물 공고문을 내고, 공고 후 10일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기동물은 지자체 소유가 된다. 지자체 소유 뒤에는 입양 또는 안락사를 진행하고, 입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의사 판단에 따라 안락사 대상이 된다.

 

더욱 안타까운 건 '품종견'만 입양이 수월하다는 것. 품종견은 서로 입양하기 위해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믹스견이나 대형견은 입양 순서에서 늘 밀리다 결국 안락사에 이르기도 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시고르자브종'은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많은 연예인이 유기 믹스견 입양을 하며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유기동물 인식 전환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는 가수 이효리의 강아지들은 물론 배우 이기우의 '테디', 배우 조승우의 '곰자' 등도 모두 시고르자브종 출신이다.

 

그리고 여기, 새로운 시각으로 시고르자브종을 새로운 가족 품으로 보낸 재미난 이들이 있다. 국내 최초 유기견 아이돌 프로젝트 '귤멍멍이!'를 기획한 구낙현‧김윤영 작가다.

 

제주에서 터를 잡고 본인의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도중 쓰레기 더미 마당에서 열아홉의 강아지를 발견한다. 위험천만한 환경에 그대로 둘 수 없어 주인을 설득시켜 데리곤 왔지만 막상 입양하겠다는 이가 없다. 그러다 이들은 재밌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방법은 단 하나, 열아홉의 강아지가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이다.

 

아이돌로 데뷔하기 위해선 꼬질꼬질 얼굴을 씻기고 귤 모자를 찾아 씌우고 간식으로 유혹해 사진을 찍는다. 이어 시고르자브종 강아지들의 숨겨진 매력을 구석구석 찾아 여러 사람에게 알린다.

 

얼핏 보면 분간이 가지 않았던 시골 잡종 열아홉 명을 구분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주고, 서사를 불어넣었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열아홉 귤멍멍이의 팬이 되어, 그들을 사랑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입소문은 자자해 이들은 벌써 방송도 여러 번 탔다.

 

책은 그간 방송에 다 담기지 못했던 유기견 아이돌 프로젝트의 세세한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던 꼬질꼬질한 강아지 열아홉 명이 실내 반려견으로 데뷔하기까지의 우당탕탕 여정기다.

 

보는 내내 귀여워서 웃음이 나고, 다행이다 싶어 안도했다. 이런 노력을 해준 두 작가에게 고맙기까지 한다. 묶여 지내는 것이 당연한 개, 버림을 당하는 게 당연한 개는 없다. 모든 반려동물은 사랑 받아 마땅하다. 332쪽, 1만8천원.

뉴스
부동산
의료
반려동물
핫플레이스
3클라우드태그
관광지
박순석
힐링독
마고
소노마마
수성구
대구
동물병원
코아루더
동물
바른
현재접속자
제목
비밀번호
내용
평가점수
점수를 선택하셔야 의견등록이 됩니다. 도배방지키
 30105692
보이는 도배방지키를 입력하세요.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
이전
다음
>>